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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국제컨벤션센터의 차기 CEO가 해야 할 일

한발 앞선 미래를 제시하라 I


작년부터 시작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이하 ICC 제주)의 종합 감사결과가 지난주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다. 이미 ICC 제주의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공개된 감사 결과를 보면 그 사안의 실체는 차치하고라도 사전에 자체 감사나 정기적 모니터링을 실시했더라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부분들인데 그런 시스템조차 미비했다는 것이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아니나 다를까 수많은 언론매체에서 ICC 제주의 부실 경영을 두고 신랄한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물론 당연히 귀 기울여야할 내용도 많았지만 그중에는 마치 마녀 사냥하듯 센터가 온갖 비리의 온상이고 당장 사라져야할 대상인 것처럼 묘사하는 내용도 많아 과연 이것이 타당한 비판인가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이 사안에 대해 비판을 넘어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는 곳은 마이스 업계나 언론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이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대목이다.

ICC 제주를 당장 없앨 것이 아니라면 이제는 ICC 제주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하고 진심어린 조언을 하는 것이 발전적인 일일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새롭게 선임될 ICC 제주의 대표이사, CEO가 있어야 한다.


제주국제컨벤션센터의 차기 CEO가 해야 할 일

ICC 제주는 지난 2003년 개관이래 쉼 없는 성장을 거듭해 왔다. 비록 지난 20여 년간 코로나를 비롯하여 수많은 난관이 있었지만 ICC 제주는 한국을 대표하는 국내 최고의 리조트형 컨벤션 센터로서 정상회의를 비롯한 다양한 마이스 이벤트 행사를 유치, 개최하여 제주도가 휴양지일 뿐 아니라 비즈니스의 도시로 거듭나게 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해 온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마이스 사업 환경은 코로나 이전과는 다르게 ‘그곳에 가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온라인으로 모든 것이 가능한 시대에 오프라인의 베뉴가 온라인으로 가능한 정보습득이나 판매, 홍보를 위한 전시회나 컨벤션을 개최하기에 급급하다면, 그곳은 미래 경험 경제 시대에 뒤쳐진 오프라인의 베뉴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의 ICC 제주의 성장 원인을 분석해보면, ICC 제주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제주도에서 비즈니스와 휴식이 함께 어우러지는 지리적 요건이 핵심 경쟁력이었다. 이는 ICC 제주의 주요 사업실적이 학술행사를 비롯한 회의 중심인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이제 앞으로 진정한 마이스 베뉴로서 다시 한번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ICC 제주가 글로벌 마이스를 통해 비즈니스 고객이 방문하고, 그 마이스 참가자가 다시 제주도에 투자하는 경제 활성화의 마중물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제주국제컨벤션센터 CEO의 역할과 경영 모델 제안 (출처: VM Consulting)

위의 그림은 ICC 제주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 CEO가 마중물이 되어 ‘학습과 성장-내부 사업구조 개선-고객 마케팅 강화-재무 성과 확대’의 선순환 구조를 강화하는 4단계 경영 모델을 제시한 것이다.


첫째, 지금 ICC 제주는 무엇보다 직원들의 자신감 회복과 베뉴 전문가로서의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박물관이 과거의 기억을 경험하는 공간이라면, 컨벤션 센터는 미래를 먼저 체험하고 경험하는 장이다. 앞으로의 베뉴는 단순 공간 임대에서 벗어나 디지털 테크놀로지와 결합한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하는 곳이 승리할 수밖에 없다. 공간의 규모를 통한 경쟁은 결국 새로운 베뉴의 등장과 동시에 경쟁력을 상실할 것이고, PCO나 PEO 등 대행사업 역시 생존을 건 민간 주최자와의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ICC 제주의 CEO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은 직원들의 역량강화를 위한 ‘학습과 성장’ 프로그램을 통해 조직의 경쟁력을 재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리조트형 마이스 베뉴가 가져야할 역량과 제주도 전체의 마이스 활성화를 위한 역할, 그리고 더 이상 외부 감사 없이도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는 신뢰 회복 프로그램이 동시에 운영되어야 한다.

둘째, ‘학습과 성장’을 통해 발전된 직원들을 바탕으로 내부의 사업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 ICC 제주는 타 컨벤션 센터와는 완전히 차별화된 ‘리조트형 베뉴’로서의 강점을 지니고 있다. 코엑스나 킨텍스와 같은 유사한 사업 구조를 지양하고, 센터의 가동률이 아니라 제주 전체의 체류시간을 늘리는 마이스 비즈니스가 ICC 제주에는 필요하다. 이미 제주도는 제주 민속촌, 곶자왈을 비롯한 너무나 열정적인 유니크 베뉴들이 준비되어 있다. ICC 제주와 제주의 유니크 베뉴, 여행사 등이 협력하여 마이스 리워드 프로그램 등을 개발한다면 타 도시와는 완전히 다른 독자적인 베뉴 매니지먼트 모델을 개발할 수 있다.

이뿐 아니라 하와이 컨벤션 센터나 마이애미비치 컨벤션 센터 등 아일랜드 비치형 컨벤션 센터들과 협력하여 특화된 국제 포럼이나 전시회를 개발할 수도 있고 리조트 베뉴의 위탁운영 등 다양한 수익 모델 개발이 가능하다.

셋째, 개선된 내부 사업구조를 바탕으로 대 고객 마케팅 강화가 필요하다. 대외적으로 하락한 브랜드 이미지를 다시 회복하려면 총체적인 브랜드 경험 구축이 시급하다. 베뉴의 브랜딩은 단순히 시설이 좋다거나 임대료가 싸다고 만들어지지 않는다. 고객이 홈페이지나 온라인 매체를 통해 베뉴를 인지하는 순간부터 시설 답사-계약-행사 준비-행사 운영–사후 관리의 모든 단계에서 일관된 브랜드 경험이 이루어져야 한다. ICC 제주는 베뉴 마케팅을 대관 중심의 대응형 마케팅(Reactive Marketing)과 행사 발굴 중심의 선제적 마케팅(Proactive Marketing)으로 구분하여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넷째, 학습과 성장을 통한 직원 역량 강화와 내부 사업 구조 개선을 통한 신규 수익 사업 개발, 그리고 이에 따른 고객 마케팅의 강화는 결국 재무성과의 확대를 가져올 것이다. 현재 ICC 제주의 적자는 대부분 대관 위주의 단순 사업 매출 구조 때문이다. 컨벤션 센터는 공간의 한계를 벗어나야만 적자 구조를 탈피할 수 있다. ICC 제주가 기존 컨벤션 센터들의 모델 답습을 지양하고 창조적인 사업 모델을 개발할 수 있다면 이는 공간의 한계를 벗어나 획기적인 사업 개발과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동력이 될 수 있다. 더구나 이것은 단순히 어느 한 기업의 흑자 실현이 아니라 제주도민들로 구성된 주주 가치의 실현이기도 할 것이다.


컨벤션 센터는 과거가 아닌 미래를 경험하는 공간이다. ICC 제주가 누구보다 한발 앞서 미래를 제시하는 베뉴가 되길 바란다. 분명 시대의 탐험가들이 모두 제주로 향할 것이다.

한발 앞선 미래를 제시하라

영화 ‘미션’의 OST를 작곡한 엔니오 모리꼬네는 이 영화의 배경 음악 작곡을 위해 16세기 로마 교회의 미사 음악과 인디안 부족들의 토속 음악을 전부 공부했다고 한다. 이 영화는 로마 교회가 예수회 신부를 통해 남미 대륙 인디언에게 기독교를 전파하기 위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오보에의 선율과 그 뒤를 받치는 오케스트라의 장엄한 연주, 그리고 감정을 휘몰아치는 리듬과 합창단의 화성은 모두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연구한 끝에 창조한 작품이라는 것이다.

ICC 제주의 차기 CEO는 분명 기대와 비판이라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하나의 위대한 영화음악을 탄생시키기 위해 연구하고 고민한 엔니오 모리꼬네처럼 ICC 제주의 CEO 역시 과거의 답습을 지양하고 새로운 모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면 분명 위대한 업적을 남길 수 있을 것이다. 컨벤션 센터는 과거가 아닌 미래를 경험하는 공간이다. ICC 제주가 누구보다 한발 앞서 미래를 제시하는 베뉴가 되길 바란다. 분명 시대의 탐험가들이 모두 제주로 향할 것이다.


© 브이엠 컨설팅 VM Consul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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