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2가 보여준 디지털 전시회의 진화
최종 수정일: 2022년 1월 12일
[CES는 내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
CES 2022가 끝났다. 오미크론의 확산으로 비록 하루를 단축했지만 다시 라스베이거스로 돌아온 CES의 명성은 여전했고, 새로운 미래를 보여준 기술과 제품들은 지난 일주일을 누구보다 먼저 미래의 세상으로 안내해준 전이 공간이었다.
이미 많은 기사를 통해 전시회 참가 기업들의 제품과 기술 트렌드는 분석되었지만, CES가 전시 비즈니스에 끼친 영향과 참가 기업들이 앞으로의 하이브리드 형태의 전시회에 대응해야 할 방안이 무엇인지를 분석하는 기사는 찾지 못했다. 과연 올해 CES가 보여준 전시회의 모습은 앞으로의 전시 비즈니스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그리고 참가 기업들은 진화하는 디지털 전시회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CES는 내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
코로나의 여파로 디지털로만 열렸던 2021년 CES는 말 그대로 디지털 베뉴라는 콘셉트를 들고 나왔다. 2,000여 기업이 참가하는 광활한 전시장을 어떻게 디지털로 보여줄 것인가는 주최자인 CEA의 최대 고민이었다. 그래서 긴급하게 도입한 것이 마이크로소프트의 AI 기반 개인 맞춤형 전시 콘텐츠 추천 시스템이었다. 참가자가 등록한 관심 주제와 품목을 바탕으로 1:1 맞춤형 콘퍼런스를 제안한 것이다.
2년 만에 라스베이거스로 컴백한 2022년의 CES는 한층 진보된 AI 기술을 바탕으로 콘퍼런스뿐만 아니라 관심 기업과 제품, 그리고 비슷한 관심사를 갖고 있는 관람객까지 추천해주며 앞으로의 전시회 방식이 AI 기술을 바탕으로 한층 진일보될 것임을 보여주었다. 이제 더 이상 CES 참가자는 광활한 라스베이거스 전시장을 방황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메타버스? CES 그 자체가 메타버스다.
올해 CES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2D 기반의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했다. 작년은 준비 기간이 짧아 그렇다 쳐도 왜 올해 역시 VR이나 3D 기반이 아닌 2D 기반의 온라인 전시 플랫폼을 구현했을까? 혹자는 방대한 참가업체와 참관객 데이터 처리 문제, 국가별 상이한 인터넷 속도 등을 이유로 들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전시회라는 본질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달려 있지 않을까. CES는 이미 가전 전시회를 넘어 이 세상의 모든 기술을 아우르는 통합 전시회로 진화했다.
올해는 기존 카테고리에 스페이스 테크와 푸드 테크까지 새로운 영역을 포함했을 정도다. 온라인에서 아무리 화려한 가상현실 기술로 전시회 공간을 구축해본들 사람이 직접 라스베이거스 현장에서 제품을 체험하고 사람들과 교류하는 경험 마케팅의 효과를 뛰어넘을 수는 없는 것이다.
오히려 CES의 디지털 전시는 오프라인에서 보다 효율적으로 제품을 체험하고 내가 필요한 사람들과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 빨리, 그리고 많이 만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에 집중했다. 그것이 바로 올해 CES가 AI 기술을 바탕으로 참가업체와 참관객까지 추천해주는 한층 진보된 맞춤형 콘텐츠 서비스로 변신한 이유이다. 인류의 미래를 다양한 기술과 제품으로 제시하는 CES 그 자체가 메타버스인 것이다. 이러한 가치관은 이미 작년에 CES의 디지털 전시를 구축한 마이크로소프트 Bob Bejan의 말을 통해 알 수 있다.
“What we're looking for is connectivity between people. It's important to give people the experience of gaining knowledge and interacting beyond physical space, not just creating booths in virtual space or a perfect hotel lobby.”
- Bob Bejan, Vice president of global event marketing at Microsoft
화려한 가상 부스보다 전시 콘텐츠에 집중하라.
이렇게 한층 진화한 형태로 돌아온 CES는 이제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넘나들며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보다 효율적으로 전시회를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하이브리드 형태로 변화하는 앞으로의 전시회에 우리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오프라인이건 온라인이건 이제 단순히 부스를 차려놓고 바이어가 찾아오기만을 기다리던 방식으론 새롭게 진화하는 전시 플랫폼에서 우리 기업과 제품을 노출시킬 수 없다. CES는 디지털과의 접목을 통해 기존보다 훨씬 쉽게 참가업체의 전시 마케팅을 도와줄 수 있다. 아무리 작은 기업이라도 얼마든지 글로벌 전시를 통해 세계의 비즈니스 리더들과 미디어에 노출되고 연사와 참관객들끼리도 서로 연결될 수 있다. VR기기의 리더 오큘러스는 2013년 부스 하나 없이 라스베이거스의 작은 호텔 방을 빌려 마케팅함으로써 CES 공식 미디어인 Engadget(엔가젯)의 주목을 받았다. 부스 크기가 아니라 제품 본연의 경쟁력이 있다면 얼마든지 대기업보다 우월하게 드러나고 노출될 수 있는 것이다.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드러나고 노출될 수 있는 전시 마케팅은 부스를 벗어나야만 가능하다. 그것이 디지털이건 오프라인이건 전시 플랫폼과 도시가 제공하는 다양한 마케팅 방법들을 활용하라. 피칭과 어워드, 자체 기업 이벤트를 통해 바이어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제공하라.
디지털화된 데이터 세상에서 주목받는 방법은 누구보다 탁월하고 우월하다는 사실을 인정받음으로써 주최자에 의해 '추천'되어야 가능하다. 부스를 벗어난 '아웃 보딩'의 전시 마케팅만이 디지털과 융합된 하이브리드 전시회에서 승리하는 길이다. 이제 한국의 많은 스타트업들이 부스 크기가 아니라 제품 경쟁력을 통해 드러나고 추천되어 미래 비즈니스 환경에서 탁월한 경쟁력을 갖기를 희망한다.